스마트폰 앱에서 ‘소금 한 꼬집’을 선택하면 그 만큼의 소금을 뿌려주는 소금통인 ‘SMALT’나 댤갈을 장치에 올려두면 신선도를 파악해서 푸시 알람을 보내는 ‘QUIRKY EGG MINDER’ 등 재미있는 AI 제품이 많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쓰다듬는 손길에 반응하는 반려로봇인 ‘Qoobo’도 있죠. 이처럼 AI는 우리의 삶을 더 쉽게,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사용자의 삶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들이 이 기능을 ‘필요’하다고 ‘경험’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용자들이 AI 제품을 필수적이고 친근하게 느끼게 하려면, 소비자와 함께 배우고 발전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온라인 지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페이팔(PayPal)의 수석 부사장 겸 CTO인 스리 시바난다(Sri Shivananda)는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고객이 더 많이 참여하게 해,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갖게 합니다.”라며 제품 디자인이 ‘사용자 경험’ 구축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그러면 AI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좋은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려면 어떠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까요?
2021년 LG전자는 이러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의문들을 해소하고, 인간 중심 AI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AIX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AI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이 보고서는 대중의 인식(Public Perception), 윤리(Ethics), 투명성(Transparency),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맥락(Context), 관계(Relationship) 등 AI에 대한 6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오늘은 네 번째 주제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I의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이나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합니다. 이 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일상에서 얼마나 편리함과 효율성을 느낄 수 있는지가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는 AI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AIX 보고서에서는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5가지로 나누어 정의했습니다.
① 사용자들의 피드백과 표현 (Feedback and Articulation)
AI 제품과 사용자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AI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수동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소비자들의 피드백과 표현을 이해하고 소비자들의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가 활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은 단순히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집계한 사용자 피드백입니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은 이 ‘좋아요’ 수치를 활용해 인기 콘텐츠 및 사람들의 성향을 식별하고 사용자 피드에 어떤 콘텐츠를 노출시킬지 정하는 데 활용하죠. 이처럼 AI 제품 디자이너들은 사용자의 피드백과 표현을 분석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해 AI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② 사용자의 요구를 학습하기 위한 직관적 설계(Intuitive Design)
소비자들은 AI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점점 더 나에게 맞춰 커스터마이징되는 것을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작동 초기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꺼이 AI를 가르치죠. 따라서 AI 디자이너는 AI의 ‘학습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호주 국립대학 기관인 3A 인스티튜트(3AI: 3A Institute) 부국장 알렉산드라 자피로글루(Alexandra Zafiroglu)는 “사람들은 AI솔루션이 강아지처럼 작동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훈련시키는 것을 기꺼이 감수합니다.”라며 인공지능의 학습에 대해 소비자들이 익숙해졌다고 이야기했죠. 강아지가 처음에는 말을 듣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와 교감하는 것처럼, 초기 제품이 출시될 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제품이 사용자들의 요구를 배우지 못한다면, 해당 제품은 외면 받을 것입니다.
③ 디자인 초기부터 녹아있는 목적(Purpose)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간 중심의 AI 제품을 만들려면, 디자인의 맨 처음부터 이 제품의 목적에 대해 고려해야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의 단계 중 하나로 보는 게 아닌, 제품 개발의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 제품이 제작되었을 때의 영향력과 그로 인해 발생할 위험성까지 생각하는 심층적인 성찰은 고객에게 큰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미국 국립 아카데미 회원인 로봇학자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AI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이해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의식에 들어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이처럼 제품을 디자인할 때, 사용자에게 흥미롭고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도록 사용자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④ 능동과 수동, 어디에도 있는 AI의 존재(Presence)
우리는 AI의 존재를 음성 인식 비서의 목소리와 같은 형태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집을 데우고 냉각하는 자동화 시스템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 AI도 있죠. 이렇게 AI의 모습은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모습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작하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수동적인 모습의 AI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식하기가 어렵습니다.
국제 소비자기구(Consumer International)의 사무총장 헬레나 루렌트(Helena Leurent)는 “테슬라(Tesla)를 예로 들면, 사용자의 운전 경험은 더 나은 자율 주행을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공지능이 수동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실제로 유용한지 소비자들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동적인 인공지능에 대한 실효성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는데요. 소비자들에 대한 존중을 담은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들이 AI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인터페이스(Interface)
컴퓨터 펀치 카드에서 스마트폰 터치 스크린까지. 역사적으로 소비자들은 기술과 상호 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웠습니다. 이때 소비자는 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제품에 끌립니다. 미국의 오디오 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매킨토시(McIntosh)는 촉감이 뛰어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더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음성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매킨토시 그룹(McIntosh Group)의 공동 CEO 제프 포지(Jeff Poggi)는 “보통 소비자의 디자인 철학은 촉감이나 품질, 외관 등 물리적인 방식에 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AI란 내가 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음성 중심의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이처럼, 보다 자연스럽게 AI를 조작하는 인터페이스야말로 높은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성공적인 AI 설계의 핵심 요소입니다.
인간 중심의 AI를 설계한다는 것은 디자인 구축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서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느낄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수많은 욕구, 다양성, 복잡성 등을 생각하여 AI가 학습하고 적응하도록 설계해야 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AI 제품은 보다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주는 ‘사용자 경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맥락(Context)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