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AI의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외출 전 날씨를 확인하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시키는 등 AI 스피커와 소통하기도 하고요. 내가 구매한 제품들을 데이터화해 자신의 소비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 또한 인공지능의 기능입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사용자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인공지능이 전해주는 결과를 믿고 따라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AI가 사용자들에게 확실한 도움을 주고 신뢰를 받기 위해선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2021년 LG전자는 이러한 인공지능과 관련된 의문들을 해소하고 인간 중심 AI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AIX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AI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이 보고서는 대중의 인식(Public Perception), 윤리(Ethics), 투명성(Transparency),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맥락(Context), 관계(Relationship) 등 AI에 대한 6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오늘은 다섯 번째 주제인 ‘맥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맥락(Context)’이란?
맥락이란 AI가 어떠한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한 과정을 뜻합니다.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려는 환경을 이해하고 친구들의 음식 선호도, 영양성분 등을 분석해 만남에 어울리는 레스토랑을 추천하거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 앞서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먹으면 좋을 음식 등을 추천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AI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환경과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신호들을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AI를 설계할 때는 개인의 경험이나 가치관, 성격,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규칙 등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AIX 보고서는 AI가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요소를 5가지로 정의했습니다.
① 개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공간(Spaces)’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변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환경이 생겨났는데요. 사무실과 집, 두 공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짐에 따라 이에 맞춰진 AI도 설계되었습니다.
미국의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리프트(Lyft)’의 자전거 및 스쿠터 책임자인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AI 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호운용성이란 퇴근길에 차량에게 집의 불이나 보일러를 켜달라고 요청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기기가 연결되는 것을 뜻하는데요. 다양한 기기들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AI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AI를 통해 사물을 조정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물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이어서 그는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게 된 맥락을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문제 해결 접근 방식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다른 공간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불안을 해소하려면 그 과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② 인간이 지니는 다양한 ‘가치(Values)’
우리 사회는 종교, 국적, 문화 등 많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매우 개인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데요. 따라서 AI 기술을 설계할 때는 어떤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다양한 범위의 관점을 AI 기술에 적용해, 많은 사용자에게 공평한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하죠.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의 공동 감독인 ‘페이 페이 리(Fei-Fei Li)’는 “가치를 AI에 부여할 때, 그 가치를 입력하는 기업과 사람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는데요. AI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AI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기업이 다양한 관점을 지녀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다수가 도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부여하고, 이 과정들을 통해 사용자가 AI 기술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③ 신뢰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Purpose)’
인공지능 기술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사용자가 자신의 행동이나 경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제공해야 하죠. 인공지능의 맥락을 구축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믿고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 ‘신뢰’인 것입니다.
하지만 ‘EU 소비자 단체(EU consumer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의 AI 경험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가 크게 부족하다’라고 나타났습니다. 소비자 단체의 대변인인 ‘마르코 피에라니(Marco Pierani)’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AI의 진정한 잠재력을 볼 수 없다”라며, “기술 기업들은 소비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더 나은 결정을 만들 ‘창의성(Creativity)’
AI는 이제 화가가 그린 것처럼 그림을 그리고 모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수석 부사장 겸 IBM Research 이사인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는 “인공지능에게 이것이 ‘아름답다’ 혹은 ‘아름답지 않다’라는 훈련 데이터를 제공하면, 인공지능은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인공지능은 팝 발라드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영화 제작에서 정보에 입각한 창의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개발과 학습을 통해 인공지능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죠.
이 창의력이야말로 인공지능의 맥락을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AI가 창의력을 발휘하면 입력된 맥락을 넘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맥락을 적용하여 더 나은 결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깜짝 놀랄 만한 결과물들은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⑤ 사람의 ‘성격(Personality)’
우리는 말하는 사람의 성격, 억양, 제스처를 통해서 같은 언어라도 다르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은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AI가 더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비언어적인 요소들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호주 국립대학 기관인 ‘3A 인스티튜트(3AI: 3A Institute)’ 부국장 ‘알렉산드라 자피로글루(Alexandra Zafiroglu)’는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통찰력 있는 관찰을 통해 현실의 현재와 미래에 접근해야 한다”라고 전했는데요. 항상 모든 사람에게 효과 있는 솔루션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사용자에게 인공지능이 더욱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럽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맥락이 규칙적이고 정교해야 합니다. 사용자 주변의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신호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죠. 향후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AI와 사용자 간의 의사소통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다양한 분야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핵심은 의사소통을 돕고 사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맥락’입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맥락’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편에는 마지막으로 ‘관계(Relationship)’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